막상 겪어 보니

2년쯤 전부터 시작된 노안(presbyopia)이 이제 많이 진행되어서, 제 생활이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장점부터 꼽아보자면, 밤에 침대에 누워서 쎌폰을 확인할 때 안경을 쓰지 않아도 되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나 샤워하고 난 후에 안경을 쓰지 않아도 아주 가까운 곳을 이전보다 조금 더 선명하게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반면에 작은 글자로 된 글을 읽을 수 없게 된 것이 가장 큰 불편함인데요, 그 중에서도 저널(학술지)을 책으로 읽지 못하는 것이 제 일상생활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입니다. 페이퍼를 읽는 일은 제 하루 일과의 큰 부분이기 때문에 이건 정말 큰 변화입니다. 이제 페이퍼(논문)는 화면을 확대해서 모니터로만 봅니다.

제가 페이퍼라는 것을 읽기 시작한 석사과정 1년차에도 (2003년) 대부분의 페이퍼는 PDF로 되어 있어서 종이로 된 책 대신 모니터에서 읽을 수 있었고, Google Scholar (페이퍼 검색 엔진, 2004)과 Dropbox(2007)을 사용하게 된 이후로는, 대부분의 동료들이 페이퍼를 모니터로 읽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래도 늦게까지 – 최근까지 – hard copy journal을 읽었습니다만, 이제 저에게 모니터냐 종이냐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게 되었네요. 그래서 올해부터는 저널의 정기구독도 중단했습니다. 안그래도 coding이나 writing등으로 모니터 보는 시간이 많은데, 이제는 그나마 페이퍼 읽는 시간도 모니터 앞에 앉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가 종이로 페이퍼를 읽는 것을 더 선호하는 사람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막상 “할 수 없이” 모니터로 읽다 보니 이것도 금방 적응이 되네요. LA에서 이 곳 몬트리올로 이사왔을 때 번거롭게 느껴졌던 아침마다 일기예보를 챙겨서 보는 것이나 겨울 아침에 차고 앞의 눈을 치우기 위해서 10분 더 일찍 일어나는 일도, 막상 해 보니 크게 불편하지 않습니다.

이외수의 소설 “들개”에서, 자신의 야성을 찾기 위해 산 속에서 씻지도 않고 살아가는 주인공이 “다른 사람들은 씻는 습관을 가졌고, 나는 씻지 않는 습관을 가졌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던 것처럼, 많은 일들이 실제로 겪어 보면 그것에 대해서 미리 우려하고 두려워하던 것보다는 훨씬 더 쉽게 일상으로 녹아드는 것 같습니다.

새 해에 있을지도 모를 변화들에 기대보다는 두려움을 갖는 것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모험심을 잃어가는 피할 수 없는 변화이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조금 더 두려움을 걷어내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올 한해가 되기로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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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막상 겪어 보니

  1. 나도 대충 5~6년 전쯤부터 노안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게 아직도 매년 계속 더 나빠지고 있어서 익숙해질만 하면 더 나빠지고, 익숙해질만하면 더 나빠지고… 그런다.
    그래서 나는 매년 multi-focal 안경을 새로 했었는데… 6개월만 지나면 그게 맞지 않게 되어서… 이걸 매년 바꾸는게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다.
    내가 연관되어 있는 project 중에서 노안 교정용 smart contact lens가 있는데 그게 좀 빨리 시장에 나오도록 해봐야겠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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