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벼르고 배우고

만나는 사람마다 갈등을 빚게 되는 날이 있지요. 컨퍼런스에서를 제외하면 하루에 여러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드문 저로서는 그런 날이 거의 없는데요, 어제가 그런 날이었습니다. 서로간에 짜증 섞인 세 번의 대화/미팅을 하고 나서 – 세 명 모두 같은 직장 내의 교수였고 세 번의 대화 모두 서로 다른 주제였습니다 – 제 오피스에 돌아와 앉으니 퇴근할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오늘 하루 밀린 일들을 하나도 덜어내지 못하고 감정과 체력만 소모했다는 생각에 더 허탈하고 화도 나고 그랬습니다.

뭐가 문제였을까, 오늘 나는 어떤 배움을 얻어내야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가, 그 세 사람이 자신의 가족이나 주변 사람에게 저로 인한 짜증을 쏟아낼 내용을, 그러니까 소위 제 뒷담화를 상상해서 글로 써 봤습니다.

(그 내용은 당연히 이 블로그에서는 생략입니다. ^^)

그런데 제 기대와 달리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서 그 사람이 A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a라는 말과 행동을 했는데, 그것이 B라는 틀에 근거해서 b라는 행동을 한 나와 갈등을 빚었다는 잠정적 결론에 이르렀다고 해더라도, 저도 그의 A 가치관에 동의할 수 없었고, 그도 저에 대해서 “어떻게 B라고 생각할 수가 있나!”라며 흥분하는 모습만 떠올랐습니다.

제가 인간관계에서의 갈등 해결 능력이 부족하다는 건 자각하고 있습니다만, 제가 늘 해오던 대로 그저 피하기만 하는 것 외에, 뭔가 다른 훈련을 스스로 해야 하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어제는 더욱 간절했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 배움은 있었습니다. 어제 만난 그 세 사람이 모두 저보다 직장 상사 (i.e. 부교수 이상)이고, 어제 갈등을 빚은 이슈들 역시 힘으로 맞서면 저만 피해를 보게 되는 것들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제가 나중에 조교수와의 대화에서 그들과 다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다짐들을 조금 더 정리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것들은 다짐이 구체적이지 않으면 (그러니까, 나는 나중에 잘해줘야지 따위의 다짐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경험과 관찰을 통해서 배워왔으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밴드 가을방학의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어제 일은 흘려 보내렵니다.

똑똑한 아이길 바래 붙인 이름
똑똑하면 행복해지는 걸까, 지혜
인생의 절반은 참고 또 절반은 벼르고
왜 즐기질 못하니, 왜 놓지를 못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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