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

오웬이가 학교 maternelle – 한국어로는 유치원 – 과정에 입학한지 일주일이 되었습니다. 오웬이가 다니는 학교는 불어만 사용하는 학교인데요, 영어나 한국어에 비해서 불어가 많이 부족한 오웬이에게는 지난 한 주가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수업은 대강 알아듣지만 다른 아이들과 소통이 잘 안되다보니 친구를 사귀기가 어렵고, 그래서 학교에 가기 싫다고 아침마다 하소연합니다. 앞으로도 몇 달 정도는 불편하고 힘들겠죠.

본인이야 힘들겠지만, 그래도 저는 오웬이가 이 시간을 잘 견뎌내기를 기다려주고 응원하는 것이 제 몫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 인생에서 정말 필요한 것 중의 하나가 역경을 버텨내는 – 이겨내는 게 아니라 버텨내는 – 힘인 것 같아서요. 아직 인생 여정의 출발선 부근에 있지만, 지금 이 시기도 오웬이가 그 힘을 길러내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오웬이가 학교에서 선생님으로부터 칭찬 쪽지를 받아왔습니다. 반에서 자기 혼자만 받았다며, 조금은 상기되어 자랑하는 오웬이가 이야기하는 자초지종은 이렇습니다. 서로 떠들고 장난치고 있는 아이들에게 조용히 하라고 선생님이 말씀하셨는데, 아이들이 계속 떠들고 장난을 쳤답니다. 그런데 오웬이는 친한 친구도 없고 불어도 잘 못해서 가만히 앉아 있었더니 선생님 말씀을 잘 들었다고 칭찬 쪽지를 받아 온 겁니다. 웃픈 일이죠.

인생이라는 게 이렇게 아이러니이기 때문이겠죠.
우리가 삶의 굴곡에 일희일비하기를 거부할 이유가 말입니다.

2017 0901 Tres Bien Ow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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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thoughts on “아이러니

    •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시죠? 오웬이도 많이 컸는데 유민이는 그것보다 더 컸을 것을 생각하니 세월과 자람이 참 놀랍네요. 응원의 마음 전하겠습니다.

  1. 오웬이 화이팅!
    저희도 준이 중국말만 하는 방과후 after school 에 보내면서 역경을 잘 버텨내길 응원하고 있어요 🙂

    • 와- 그럼 준이 엄마/아빠도 중국어 좀 하시나요? 준이 아빠는 원래 회사 사람들 사이에서 좀 배우셨을 것 같기도 하네요. 저희는 이제 가정통신문 정도는 겨우 알아보는데, 아직도 알아듣는 건 못해서 오웬이는 학교생활을 스스로 알아서 하고 있어요. @.@

    • 적절한 거리에서의 응원이 중요할 텐데, 얼만큼의 거리가 적절한지가 늘 고민이에요. 그 적정 거리가 늘 일정한 것도 아닐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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