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야구팬, 가을 야구팬, 그리고 비야구팬

저는 야구팬입니다. 미국 유학중에는 game을 많이 보기도 하고, 선수들의 기록을 머리에 담아두거나 트레이드 소식들에 관심을 기울였더랬습니다. 야구팀이 없는 몬트리올에 온 이후로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은 들이지 않지만, 그래도 나름 야구팬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며 시즌기간 뿐 아니라 비시즌 기간에도 야구 이야기들을 follow하고 있습니다.

그런 야구팬으로서 “가을에만 야구 보는 사람들”에 대한 제 마음은 복잡합니다. 그 분들 덕분에 야구 열기가 더해지니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우선이지만, 가을 야구에 한정된 지식에 근거한 그들의 야구 평론들이 귀에 거슬리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서, 포스트 시즌에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하는 선수에게 “저런 선수가 왜 선발투수냐”며 감독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하는 분들 중에는, 바로 그 선수 덕분에 그 팀이 지금 포스트 시즌에서 경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무지한 경우가 많습니다.

연중 야구팬들은 가을 야구팬들의 열정을 환영하고 감사해야 하겠고,
가을에만 야구보는 분들은 연중 야구팬들의 식견을 존중하고 가을 야구의 한정성을 인정해야 하겠습니다.

여기에 한 겹을 더해서, 야구를 보지 않는 분들에 대한 존중 역시 중요합니다. 제가 야구를 좋아할 자유가 있듯이, 야구팬이 아닌 분들이 야구에 관심을 갖지 않는 선택 역시 존중되어야 하니까요. 물론, 비야구팬들께서도 야구팬들의 열정을 존중해야 하겠지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이 사람들의 생각과 관심을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중간지대에 놓고, 때로는 내가 원하지 않는 이야기들을 접하게 되고, 때로는 내가 공개하고 싶지 않은 영역이 타인의 평가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그럴수록 다음 세 가지의, 특별히 세 번째의,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제 스스로의 매무새를 점검해 봅니다.

“야구 따위를 뭐하러 보냐”는 비야구팬.
“왜 야구를 안보냐”는 연중 야구팬.
“어떻게 요즘같은 때에 야구를 안볼 수 있냐”는 가을야구팬.

매일 소식들이 넘쳐나는 한국 정치에 관한 사람들의 말과 글에 스스로를 비춰 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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